효 자   나 무 꾼

<나오는 사람>

선비, 선비 어머니, 부인, 나무꾼, 나무꾼 어머니,하인(돌쇠)

<무대>  어느 두메 산골

<준비물>  모자(갓대신)

<때>  옛날

1 장

양반집 안방. 도포에 갓까지 쓰고 금방이라도 어디를 갈 것 같은 차림새의 선비가 안방을 이리저리 거닐며 궁리를 하고 있다.

선 비 : 허, 어떻게 해 드려야 어머님이 정말 기뻐하실까? 맛있는 음식을 드려도 그다지 좋아하시는 것 같지 않고 경치 좋은 곳에 모시고 간다고 해도 싫다고 하시니. 도대체 어머님께서 정말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겠단 말씀이야.

부 인 : (안방으로 들어오며, 이러지리 거니는 남편을 갸윳거리며 쳐다보다가) 영감,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세요?

선 비 : 내가 걱정이 무어가 있겠소? 다만, 어머님 살아 계실 때 마음껏 효도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그게 늘 걱정인걸. 부인도 잘 알고 있지 않소?

부 인 : 너무 걱정 말고 조금만 더 기다려 보세요. 그 유명하다는 강원도의 효자가 어디에 사는 누군지 알아 보러 돌쇠 녀석이 갔으니 곧 소식이 있겠죠.

선 비 : 그래, 내 이렇게 옷을 차려 입고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오. 돌쇠가 들어오는 대로 곧 떠날 참이요.

부 인 : 그나저나 돌쇠 녀석이 그 효자가 어디 사는지 꼭 알아 와야 할텐데.

이 때 쿵쾅거리며 다 닳은 짚신과 더러워진 옷을 입은 돌쇠가 숨을 몰아 쉬며 입장한다.

돌 쇠 : (헐레벌떡 땀을 닦으며 수선을 떤다.) 마님, 아이고 마님. 드디어 알아냈습니다.

선 비 : (돌쇠 쪽으로 뛰어 나오며 돌쇠의 손을 잡아 흔든다.) 오, 그래 알아냈느냐? 찾아냈느냐 말이다.

돌 쇠 : (의기양양해서 큰소리로) 아유, 너무 깊은 산중이라 찾느라 혼이 났습니다요. 헌데 그 근방에까지 가니까 워낙 소문이 나서 집을 찾기는 쉬웠습죠.

부 인 : 아이구! 알았다. 어서 위치나 자세히 말해 보거라.

돌 쇠 : (손짓, 발짓으로 설명하는 시늉을 한다.)

선 비 : (기쁜 표정을 지으며) 그래, 그래. 알았다. 오늘은 늦었으니 어서 가서 푹 쉬고 내일 길을 안내하거라. 내일 아침 일찍 떠나자꾸나.

2 장

선비 어머니 : 얘 아범아, 어딜 가길래 그리 바삐 서두르니? (허리가 구부러진 할머니가 방에서 나온다.)

선 비 : 예, 어머님. 강원도에 볼 일이 좀 잇어서요.

선비 어머니 : 뭐라고? 개 잡으러 어딜 가?

선 비 : 어머니, 그게 아니고요. 강원도에 볼 일이 있어서 간다니까요.

선비 어머니 : 아범아. 볼일은 뒷간에서 볼 일이지. 뭐하러 강원도까정 가냐? 밤새 뒷간이 떠내려 갔냐?

선 비 : 여보. 당신이 좀 얘기해 드리구려. 나는 갈 길이 멀어 떠나야겠소. 얘, 돌쇠야.

돌 쇠 : (재빠르게 나서며) 예이, 돌쇠 대령이요.

선 비 : (헛기침을 하며) 에헴, 어서 가자. 갈 길이 멀다.

아 내 : 여보. 몸 건강히 잘 다녀 오세요.

선 비 : 그래, 알았다구. 아, 참! 그리고 나 없는 동안 어머님 잘 모시도록 하구…….

아 내 : 그럼 잘 다녀 오세요. 돌쇠야, 주인 마님 잘 모셔야 한다.

돌 쇠 : 예, 걱정일랑 꽉 붙들어 매 두십시오. (돌쇠, 선비를 모시고 길을 떠난다.)

3 장

먼 길을 걷는 것은 교실 뒤로 돌아 앞으로 나오는 것으로 대신 해도 좋다. 그 동안 교실 앞은 나무꾼의 집 앞마당이 된다. 마당 안에서 나무꾼 어머니가 아들의 발을 닦아 주며

어머니 : 얘야, 나무하느라 힘들었지? (얼굴과 발을 씻어 주며) 땀을 꽤 많이 흘렸나 보구나. 이 먼지 좀 봐라.

나무꾼 : 어머니두, 간지러워요.

어머니 : 아이구 애두. 어렸을 땐 조막만 하던 발이 어느새 이리두 컸누? (쓰다듬으며 씻겨 준다.) (서로 정답게 웃는다.)

선 비 : (이 광경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며) 아니 내가 잘 못 찾아 왔나? 효성이 지극하다는 사람이 늙은 어머니께 무거운 짐을 받게 하고 게다가 씻겨 주게까지 하다니, 효자가 아니라 불효자구먼. 쯔쯔쯔. (안으로 들어 선다.) 계십니까?

인기척을 듣고 나무꾼이 선비에게 묻는다.

나무꾼 : (선비한테로 다가 오며 공손히) 어떻게 오셨습니까?

선 비 : (나무꾼을 바라보며) 사실 나는 효도하는 방법을 궁리하던 중 자네 이야기를 듣고 효도를 배워 가려고 찾아 왔는데 아무래도 잘 못 찾아 온 모양일세.

나무꾼 : (얼굴을 붉히며) 죄송합니다. 저는 한 일이 없는데 남들이 공연히 효자라고들 하는군요.

선 비 : 당신이 하는 것을 보고 누가 효자라 하겟소. 당신을 효자라 하는 사람들이 바보들이지. 에잉.

나무꾼 : 저도 효도가 무엇인지 모릅니다. 다만 어머님게서 기뻐하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머님게서 저의 발을 닦아 주시는 것을 좋아하시니 전 가만히 있을 수 밖에요.

선 비 : (깊이 깨달으며) 여보게, 정말 고마우이. 나는 효도가 무슨 특별한 것으로 생각했다네. 그렇지만 자넬 보니 진짜 효도가 무엇인지를 알았네. 부모님의 마음을 즐겁게 해 드리는 것, 그것이 바로 효도라는 것을 말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