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나오는 이들> 아들, 아버지, 아들 친구(갑돌이), 아버지 친구(진삼이)

<때> 옛날

<무대>

1 장

*방안엔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아버지 : 얘야, 넌 어떻게 된 아이가 돈을 그리 많이 쓰냐?

아 들 : 아버지, 그래야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단 말이어요. 과자도 사주고 장난감도 사 주고, 히히 그러면 친구들이 얼마나 절 좋아하는데요.

아버지 : 도대체, 넌 친구들이 몇 명이나 되니?

아 들 : 그걸 어떻게 셀 수 있어요?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데요.

아버지 : 그래도 잘 생각해 보거라. 아마 지금은 네가 돈을 잘 쓰고 다니니까, 그 맛에 친구들이 널 졸졸 따라 다니는지도 모른단다.

아 들 : (화를 벌컥내며) 아니, 아버지! 절 어떻게 보시고 그런 소릴 하세요? 제 친구들은 절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아버지 : 그래, 그래. 내가 미안하다. 하지만 진정한 친구란 그렇게 많은 것이 아니란다.

아 들 : 그래도 제 친구들은 다 저에게 목숨까지도 줄 수 있는 사람들이어요.

아버지 : 흠, 좋다. 그럼 어떤 친구들인지 나와 함께 알아보자.

2 장

*그날 밤 아들과 아버지는 아들의 친구 집에 방문한다.

아 들 : 갑돌아!

갑돌이 : 아이 졸려! 이렇게 늦은 밤에 누구야!

아 들 : 나 삼식이야.

갑돌이 : (문을 비시시 열며) 아니, 웬일이야?

아 들 : 부탁이 있어 왔어. 좀 급한 일이야.

갑돌이 : (비실비실 아들의 눈치를 보며 귀찮아 하는 표정으로) 무슨 일인데?

아 들 : 어떡하지? 글세, 우리 집이 모함을 당해서 재산을 그만 다 빼앗기고 아버님은 경찰서에 끌려 가셨어.

갑돌이 : 그래? (떨떨음한 말투로) 그것 참 안됐구나.

아 들 : 아버님을 구해 내려면 돈이 필요해. 나 좀 도와 다오.

갑돌이 : (잠시 생각에 잠기며 혼자말로) 음, 이 녀석이 거지꼴이니 이제는 얻어 먹을 일이 아무것도 없겠군. 내 방에 금덩어리가 좀 있지만 이 녀석에게 주어 봤자 아무 소용이 없겠지.

아 들 : 무슨 생각을 하니?

갑돌이 : (당황하며) 아, 아, 아니야. 근데 요즘 나 한푼도 없어. 돈 쓸 곳이 많아서 다 써 버렸어. 미안해.

아 들 : (혼자말로) 내가 어제 저 녀석 방에 놀러 갔을 때 자기의 비밀 주머니에 금덩어리가 있다고 자랑하더니, 이럴 수가.

갑돌이 : (혼자말로) 쳇, 거지꼴을 해가지고는. (큰 소리로) 그럼, 그만 난 들어간다.

3 장

아버지 : 삼식아. 그럼 이제 내 친구 집에 가 보도록 하자.

(아들 고개를 푹 수그리고 풀이 죽은 모습으로 아버지를 따라 간다.)

아버지 : 이보게 진삼이! 집에 있나?

진삼이 : (문을 황급히 열며) 아니 이 밤중에 웬일인가? 추운데 어서 안으로 들게.

아버지 : 이거 염치없네. 한밤중에 아들 녀석까지 함께 왔어.

진삼이 : 이 사람아, 그게 무슨 섭섭한 말인가? 난 자네 친구 아닌가.

진삼이는 아버지와 아들의 초라한 모습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진삼이 : 이보게, 자네 배고프겠군. 잠시 기다리게. 내 후딱 상봐 오겠네.

아버지 : 아니, 괜찮아. 그보다 나 자네에게 어려운 부탁 좀 합세.

진삼이 : 내, 자네가 들어올 때, 벌써 자네에게 어려움이 생긴 것을 누치챘네. 아무 거림낌없이 말해 보게. 내, 힘 닿는대로 다 돕겠네.

아버지 : 정말 고마우이. 글세 내가 모함을 당하지 않았겠나. 재산은 경찰서에 다 뺐기고 집까지 빼앗겨 완전히 거지가 되었네. 그러니, 자네가 며칠만 나와 내 아들을 좀 재워 주게.

진삼이 : 며칠만이 아니라 언제까지든 함께 지내세. 집안이 갑자기 어려워졌으니 마음인들 오죽 아프겠나? 자, 어서 아랫목에 가서 푹 쉬게.

아버지 : (아들을 돌아보며) 자 보았느냐? 누구의 친구가 정말 진정한 친구냐?

* 아들 뭔가 생각하며 깨달은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