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촌중학교 연극반 3회 정기 공연 희곡 루이기 피란델로 作

뜻대로 생각하세요

【원제 : It Is So, If You Think It Is


 

등장 인물

1. 라우디시 話者

2. 디나 아멜리아의 딸

3. 아멜리아 라우디시의 누나
    (아가치 의원의 부인)

4. 치니 부인

5. 씨렐리 편집국장

6. 씨렐리 부인

7. 아가치 의원 시의회 의원

8. 시장

9. 센투리 국장 경찰 국장

10. 폰자

11. 후룰라 부인 폰자의 장모

12. 폰자 부인

13. 급사장

14. 연출 김현빈

막이 오르면 라우디시, 아멜리아, 디나가 앉아 있다.

라우디시, 일어나서 무대 앞으로 나와서 관객을 향해 말한다.

-라우디시; 안녕하십니까? 저는 람베르또 라우디시라고 합니다. 제 직업은 작가입니다.

지금까지 네 편의 소설과 두 편의 희곡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 밖에도 가끔 이 곳 지방 신문에 평론이나 수필 같은 것을 기고하기도 합니다.

-디나; 저희 람베르또 아저씨는 중앙 문단에도 잘 알려진 작가세요.

두 번째 소설인 〈 가면의 그림자 〉는 굉장한 베스트셀러였답니다.

-라우디시; 고맙구나. 제 조카인 디나입니다. 이 마을 국민학교의 선생님이랍니다.

이 마을은 인구 만 오천의 자그마한 도시입니다.

공기 좋고 살기 좋은 마을이며 경제적으로도 비교적 여유 있는 마을이죠.

그래서 거지도 없고, 도둑 같은 것은 더더구나 찾아볼 수 없답니다.

-아멜리아; 그렇지만 얘, 람베르또야. 오늘이 있기까지 우리 모두가 얼마나 값진 희생을 치러 왔니.

-라우디시; 그야 물론이죠. 제 누님 되시는 아멜리아이십니다.

-아멜리아; 안녕하세요?

-라우디시; 누님의 남편, 그러니까 제 매부는 이 마을 시의회 의원이라는 중요한 직책을 맡고 계십니다.

다음 번 이 마을의 유력한 시장 후보로서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계시죠.

거기에는 물론 제 누님의 숨은 내조의 공을 빼놓을 수 없겠지만요.

-아멜리아; 원 애두… 부끄럽습니다.

사실 저흰 부러울 것 없이 산답니다.

다만 제 동생 람베르또가 올해 나이가 마흔 셋인데 아직 장가를 못 들고 있는 게…

-디나; 아저씨는 장가를 못 가는 것이 아니라 안 가시는 거란 말예요.

어머닌 왜 그 차이점을 모르세요? 저희 아저씬 독신주의자세요.

-라우디시; 디나 말이 옳습니다.

-아멜리아; 글세 하여튼 난 이해가 안된다. 도대체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어딘가 괴팍해서 말야…

-라우디시; 허허… 이제 그 얘기는 그만 하죠. 우리 마을에 대해서 얘기하다 말았는데요.

작은 도시는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여기서도 사람들은 남 얘기하기를 즐겨 합니다.

그래서 어디서나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는 온통 이웃에 관한 것이 화제가 되곤 합니다.

-디나, 아멜리아 (동시에); "그렇지만 아저씨!" "얘, 람베르또야!"

-라우디시; 아, 잠깐. 저는 지금 우리 마을의 흉을 볼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여기 계신 분들에게 지금부터 벌어질 일에 대한 배경을 설명해 드리고자 하는 것뿐입니다.

한마디로 우리 마을은 여러분이 충분히 짐작하실 수 있는 그런 전형적인 지방의 소도시입니다.

그런데 이 소도시에 하나의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아멜리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랍니다.

-디나; 매우 부도덕한 사건이죠.

-라우디시; 글세, 아직 그렇게까지 단정하기에는 좀 이른 것 같구나.

하여튼 이 사건의 발단은 폰자라고 하는 사람이 우리 시의 신임 건축 기사로 온 데서부터입니다.

그는 도착 직후, 우리 마을의 교회 증축 공사를 맡게 되었죠.

마을의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에 교회를 넓히지 않으면 안되었으니까요.

이 폰자라는 사람은 이 곳에 부임할 때 가족을 데려왔습니다.

가족이래야 그의 부인과 장모 두 사람뿐이죠.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한 집에서 살지 않고,

폰자는 부인과 함께 교외의 아파트에 살면서 그의 장모는 시내에서 따로 살게 한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마을 사람들은 흥미를 갖고 수군대기 시작했습니다.

-아멜리아; 얘 잠깐, 그 다음은 내가 얘기하마.

글쎄 거기서 끝난 것이라면야 좋겠지만 그 폰자라는 사람이 장모와 딸이 못 만나게 한다지 뭐예요.

그러니 그 가련한 부인은 자기 집에 틀어 박혀서 쓸쓸한 날을 보낸다는 거예요.

더구나 아는 사람조차 없는 객지에서 말예요.

-디나; 그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권리를 짓밟은 폭행이지 뭐예요.

-아멜리아; 폭행이고 말고. 사람으로선 할 수 없는 일이지.

-라우디시; 그렇지만 디나,

어쩌면 거기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 봤니?

그리고 그런 일은 어디까지나 사생활이란 말이다.

그런 문제를 가지고 매부가 시장을 찾아가서 항의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니?

-아멜리아; 그럼 너는 우리가 이 야만적인 폭행을 보고도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니?

-디나; 그건 말도 안돼요, 아저씨. 이건 바로 우리 이웃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란 말예요.

단 한 명의 부도덕한 이방인에 의해서 우리의 신성한 마을이 더럽혀지도록 내버려둔다면

그거야말로 부도덕한 일일 거예요.

-라우디시; 너는 세상 만사를 도덕적인 것과 부도덕적인 것으로 분명하게 구별해 낼 수 있을 것처럼 말하는구나.

-디나; 그럼요. 그리고 적어도 장모로 하여금 친딸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사위가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히 부도덕한 사람이에요.

-아멜리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라우디시; 여러분 보셨죠! 문제는 이렇습니다.

제 조카인 디나와 누님뿐만이 아닙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디나, 아멜리아 (동시에); "물론이에요." "그렇고 말고요."

-라우디시; 그리고 시의회 의원인 매부는 이 문제를 항의하기 위해 지금 시장님을 면담 중이고,

분개한 마을 사람들은 지금 이리로 몰려올 것입니다.

아마 그들 중의 몇 사람이 곧 이리로 나타날 것입니다.

급사장 등장

-급사장; 씨렐리 부부와 치니 부인께서 오셨습니다.

-아멜리아; 좋아요. 들어오시게 해요.

-급사장; 알겠습니다.

급사장 퇴장하면 씨렐리 부부와 치니 부인 등장한다.

-아멜리아; 오, 어서 와요, 씨렐리 부인, 치니 부인 도요.

-디나; 안녕들 하셨어요?

-씨렐리 부인; 아멜리아, 오랜만이야, 디나도.

-치니 부인; 아가치 부인, 안녕하셨어요? 참, 디나 양, 우리 애가 오늘 감기 때문에 결석을 했단다.

-디나; 그랬었군요. 요즘 감기는 조심해야죠.

-씨렐리; 이거 갑자기 찾아와서 실례가 되지는 않을는지요?

-아멜리아; 원 천만예요.

-씨렐리; 오랜만일세. 라우디시.

-라우디시; 그래 신문사엔 별 일 없나?

-씨렐리; 여전하지.

-치니 부인; 아가치 부인, 우리들이 이렇게 찾아온 건요.

그 폰자라는 사람을 처벌하는 방안을 세우기 위해서예요.

-씨렐리; 저, 치니 부인. 이미 말씀드렸지만 이건 법률적인 문제가 아니라 도덕적인 문제입니다.

이런 경우에 있어서 그를 처벌할 만한 법적인 규정은 없습니다.

사태의 성격을 분명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치니 부인; 알고 있어요. 저는 도덕적인 처벌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씨렐리 부인; 하여튼 그 사람을 내버려둘 수는 없어요.

-아멜리아; 우리도 지금까지 거기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답니다.

-치니 부인; 여기 오기 전에 씨렐리 부인과 함께 그 폰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엘 가 봤어요.

-디나; 정말요?

-아멜리아; 그래 가보셨더니만요?

-씨렐리 부인; 소문이 하나도 틀리지 않더란 말예요.

우리가 거기에 도착한 얼마 뒤에 글쎄 그 폰자의 장모인 후룰라 부인이 나타나질 않겠어요.

-아멜리아; 후룰라 부인이요?

-디나; 그래서요?

-치니 부인; 글쎄 이 불쌍한 어머니가 딸의 아파트 안마당에 들어서서

3층 베란다에서 내려진 줄을 잡아 흔드니까 딸이 나오더군요.

-아멜리아; 아니, 방에까지 올라가지도 못하고 밑에서 말예요?

-치니 부인; 글쎄 말예요. 그리고는 그 딸이 두레박에다 편지를 담아서 내려보내면

어머니는 그걸 받아서 읽고는 이번엔 자기 편지를 두레박에다 담아서 다시 올려 보내는 거예요.

-디나; 저런 세상에…

-씨렐리 부인; 그러니까 딸은 난간에 기대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그 어머니는 또 위를 쳐다보면서

그렇게 말없이 한참을 서 있지 뭐예요.

-치니 부인; 두 사람이 다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면서 말예요.

-아멜리아; 오, 저럴 수가…

-씨렐리 부인; 멀리서 보았으니까 눈물을 흘렸는지는 볼 수 없었죠.

-치니 부인; 그렇지만 틀림없이 울었을 거예요.

-디나; 그 다음엔 어떻게 되었어요?

-씨렐리 부인; 어머니는 돌아서서 오던 길을 가고, 그 딸은 한참을 서 있다가 방으로 들어가 버리더군요.

-치니 부인; 그러고 나오다 아파트 사람들한테 들었는데,

그 폰자라는 사람은 그 여자를 집안에다 감금하고 있다 잖아요.

-아멜리아; 장모를 말예요?

-씨렐리 부인; 아니, 아뇨. 자기 아내를 말예요.

-아멜리아; 원, 저런.

-치니 부인; 자물쇠루요.

-아멜리아; 자물쇠루요?

-디나; 그것 보세요. 아저씨. 그런데도 아저씨는 그 남자를 옹호하셨죠?

-씨렐리; 그 남자를 옹호했다고? 라우디시 자네가 그랬나?

-라우디시; 옹호? 아니, 난 아무도 옹호하지 않네.

나는 다만 어느 편이 옳고 그르다고 성급하게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했을 뿐이지.

-아멜리아; 너는 그래, 이 명확한 사실 앞에서도 그 폰잔가 하는 사람의 부도덕함을 인정하지 못하겠단 말이냐?

-라우디시; 우리가 아는 것은 단지 사실뿐입니다. 그 이상의 것은 아직 아무 것도 모르지 않습니까?

씨렐리 부인 그 이상의 것이라뇨?

아니, 라우디시 씨는 그 폰자라는 사람이 얼마나 악독한 짓을 하기를 바라는 거예요.

디나 살인만이 꼭 범죄는 아니죠. 인륜을 저버리는 것 또한 죄악이에요.

그런 사람은 언젠가는 살인을 저지를 가능성도 있는 거예요.

치니 부인 오, 살인이라니 끔찍해라!

씨렐리 디나 양, 좋은 점을 지적했어요.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내일 이곳 지방 신문에 사설을 쓸 예정입니다.

씨렐리 부인 이건 정말로 중대한 문제예요. 딸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일대 경종을 울려 주는 사건이죠.

딸을 시집보내고 나면 영영 두 번 다시 만나 보지도 못하게 된다는 걸 상상해 봐요.

아멜리아 오, 디나!

치니 부인 몸서리치는 일예요. 우리 시의 부인회도 내일 이 문제에 대해서 임시 회의를 열기로 되어 있어요.

아멜리아 우리 집 양반도 이 일 때문에 시장에게 항의를 제출하러 가셨어요.

씨렐리 아가치 의원께서요?

씨렐리 부인 시장을 찾아가셨군요.

치니 부인 이건 정말 우리 모두 들고일어나야 해요.

라우디시 아, 여러분, 진정하시기 바랍니다. 우린 아직 사태의 진상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진실이라는 것은 영영 알 수 없을 수도 있는 것이고요.

씨렐리 여보게, 람베르또. 자네는 아까부터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만 하고 있나?

치니 부인 진상은 이미 밝혀졌어요.

라우디시 그런 얘기가 아닙니다. 가령 말입니다. 씨렐리, 자네는 내가 누군지 알고 있지?

씨렐리 자넬 아느냐고? 허허… 그야 물론이지.

라우디시 그렇다면 말일세.

자네가 알고 있는 나와 여기 있는 다른 분들이 알고 있는 내가 다 똑같으리라고 생각하나?

씨렐리 그야 사람마다 조금씩은 다를 수도 있을 테지?

라우디시 그렇다면 말일세. 나는 과연 누구인가? 아니, 과연 나라는 존재가 있기는 한가?

물론 자네가 생각하는 내가 있고, 씨렐리 부인, 디나, 그리고 누님이 생각하는 내가 있고, 또…

내 자신이 생각하는 내가 있을 뿐이지. 정말 나라는 것은 아무데도 없단 말일세.

씨렐리 그럼 자네는 유령이로군.

모두 깔깔 웃는다. 급사장 등장.

급사장 아가치 의원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아가치 의원 등장

아가치 의원 오, 씨렐리, 여기 와 있었군. 그렇지 않아도 만나고 싶었네. 아, 부인께서도.

치니 부인도 오셨군요.

아멜리아 그래, 시장을 만나 보셨어요?

디나 아빠, 온 마을 사람들이 이 사건에 대해서 분개하고 있어요. 무슨 방안을 강구해야 해요.

씨렐리 시장은 뭐라든가?

아가치 의원 아, 시장은… 에, 시장은… 내 얘기를 아주 인상 깊게 들었지.

아멜리아 그러셨을 테죠.

아가치 의원 어떤 얘기는 벌써 시장 귀에도 들어갔더군.

그래서 그는 시장의 위신을 생각해서라도 자기 부하에 관한 추문을 깨끗이 하겠노라고 약속했어.

씨렐리 부인 이건 추문이 아니에요. 죄악이죠.

치니 부인 그렇고 말고요. 그 폰자라는 사람을 처벌해야 해요. 에… 도덕적인 처벌 말예요.

아가치 의원 그래서 시장은 공정을 기하기 위해 이 문제에 대한 처리를 내게 위임하고,

그 폰자라는 사람을 내게로 보내 주겠다고 했어. 곧 이리로 찾아올 거야.

아멜리아 디나 치니 부인 (동시에) 이리로요?

씨렐리 그 사람이 말인가?

아가치 의원 음.

급사장 등장

급사장 의원님, 폰자라는 사람이 의원님을 뵙겠다고 찾아왔는데요.

아가치 의원 아, 이리 들여보내도록 하게.

급사장 퇴장, 이 때 폰자 등장

아가치 의원 폰자. 어서 들어오게.

폰자 안녕하십니까?

아가치 의원 마을 사람들을 소개하지. 여기가 지방 신문의 편집국장이신 씨렐리 씨, 그리고 씨렐리 부인,

이쪽이 치니 부인, 그리고 아내와 딸, 그리고 작가이자 처남인 라우디시네.

라우디시 반갑습니다. 폰자 씨

폰자 처음 뵙겠습니다. 폰자라고 합니다.

아가치 의원 자, 이리 앉게. 내게 개인적으로 의논할 일이라도 있나?

폰자 네, 그렇지만 여러분이 계신 데서 말씀드려도 좋겠습니다.

사실 저는 일종의 공식적인 해명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 이렇게 불쑥 찾아 뵙게 된 것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디서부터 말씀 드려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저희 집안 일에 대해서 여기 계신 분들께서 상당히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아가치 의원 아, 폰자. 물론 그것은 자네 집안 일이겠지만 우리들의 견해는 조금 다르네.

치니 부인 원 저렇게 뻔뻔스러울 수가!

디나 우리가 오해를 한다구요?

아가치 의원 내가 얘기를 하지. 폰자 군, 우리 피차에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폰자 물론입니다.

아가치 의원 에, 솔직하게 말하자면 폰자 군.

우리는 자네가 장모에 대해서 가혹한, 아니 가혹하기 보단 잔인한 행동을 해 왔다고 믿고 있네.

그래서 우리는 이것을 단순한 집안 일이라고만은 생각지 않는단 말일세.

폰자 네, 그 점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제가 이렇게 해명을 하기 위해서 찾아 뵌 것입니다.

사실 저로서는 털어놓기가 매우 괴로운 일입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가족은 최근에 엄청난 비극을 겪었습니다.

씨렐리 전에 있던 마을에서 지진을 겪었다는 얘기는 우리도 들어서 알고 있네.

폰자 일가 친척은 물론 온 마을 사람들이 몰살을 당했죠. 살아남은 사람들은 불과 몇 사람 안될 겁니다.

아가치 의원 그런데 그 일과 자네 장모의 일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하군.

폰자 저희 장모님은 그 일이 있은 뒤 정신이 이상해졌습니다.

모두 정신이 이상해졌다고요?

폰자 그러니까 벌써 1년 전 얘기죠.

씨렐리 부인 세상에, 그 부인은 조금도 이상한 것 같지 않던데요.

폰자 겉보기에는 모르죠. 그렇지만 그건 확실합니다.

저의 첫 번째 아내는 그러니까 장모님의 따님은 지난 번 지진이 났을 때 그만… 그만 죽었습니다.

모두 죽었다고요?

아가치 의원 아니, 그럼 지금 부인은…?

폰자 제 두 번째 아내입니다. 제 첫 번째 아내가 죽고 6개월만에 현재의 아내와 재혼했습니다.

아멜리아 저런 세상에…

아가치 의원 그렇다면… 자네의 장모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단 말인가?

폰자 네, 바로 그 점이 제 장모님이 정신 이상이라는 증거죠.

장모님은 제 두 번째 아내를 자기 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불쌍한 장모님은 너무나 극심한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딸이 죽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거예요.

처음에는 그 사실을 깨우쳐 드리려고도 했지만 오히려 저를 보고 정신이 이상하다고 하시거든요.

씨렐리 부인 그랬었군.

치니 부인 어쩐지 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보이더니…

아멜리아 저런… 가엾기도 하지.

디나 너무 놀라서 말이 안 나와요.

폰자 그래서 저는 그 후로 장모님의 해롭지 않은 착각을 유지해 드리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 형편에 두 살림을 꾸려 나간다는 것은 힘듭니다.

제 아내 역시 입장이 퍽 괴롭습니다. 그렇지만 아내 역시 저는 도와주고 있어요.

제가 장모님과 제 아내가 만나지 못하도록 하는 이유도 이제 짐작하시겠죠?

그건 장모님의 착각을 유지시켜 드리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제 아내를 생각해서도 필요합니다.

제 아내가 아무리 착한 여자라도 장모님이 제 아내를 다른 여자,

그것도 죽은 여자로 알고 쓰다듬고 말한다는 건 견딜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씨렐리 이건 정말 감동적인 얘기입니다.

아멜리아 그런 줄도 모르고 우린 잔뜩 오해를 했었군요.

아가치 의원 잘 알겠네. 그리고 내 심심한 동정도 받아 주게.

디나 폰자 씨 정말 죄송해요. 우리 모두가 부질없는 오해를 했어요.

씨렐리 부인 너무나 슬픈 얘기라서 전 눈물이 다 나오려고 해요.

치니 부인 저도요.

폰자 오히려 제가 송구스럽습니다. 개인적인 일로 온 마을을 떠들썩하게 만들어서요.

저로서는 말씀드리기 괴로운 일이었습니다만 저에 관한 불명예스러운 의심이 남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이 자리에 더 있을 수가 없군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의원님, 여러분 감사합니다. 안녕히들 계십시오.

폰자 퇴장

치니 부인 오, 가엾기도 하지.

아가치 의원 아주 훌륭한 청년이로군.

디나 저런 사람을 의심했다니 죄책감이 들어요.

아멜리아 우리 모두가 다 마찬가지다.

씨렐리 부인 그 부인이 정신 이상이라니. 모든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일이에요.

씨렐리 그런 상상이 있으리라곤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일이었지. 아무튼 매우 감동적인 미담이야.

전 내일 지방 신문의 사설을 통해서 이 미담을 대서 특필할 생각입니다.

치니 부인 좋은 생각이에요. 저도 부인회에 가서 폰자 씨를 표창하도록 건의하겠어요.

아멜리아 그리고 여보, 그 불쌍한 부인의 집세와 생활비를 시의 복지 기금에서 부담하도록 건의할 수는

없을까요?

아가치 의원 아, 그것도 좋은 생각이지. 내일 당장 시장을 만나서 상의하겠소.

라우디시 아, 여러분 제발 진정하십시오.

여러분은 지금 각도만 다를 뿐 방금 전과 똑같은 잘못을 범하고 있습니다.

디나 잘못이라고요? 우리는 지금 진실을 찾은 거예요.

씨렐리 그렇지. 우린 우리의 오해를 솔직히 인정하고 이제 비로소 진실 앞에 선 거야.

치니 부인 맞아요. 우린 진실을 찾은 거예요.

라우디시 오해라고요? 그럼 조금 전의 진실은 어디로 갔습니까?

아멜리아 무슨 얘기를 또 하려는 거냐? 우리는 오해를 했던 것이고 이제 진실을 알게 된 것이란 말이다.

치니 부인 그럼 진실이라는 것이 여러 개 있다는 말인 가요? 라우디시 씨?

라우디시 그렇습니다. 그 때의 진실이 있고, 지금의 진실이 있고,

또 훨씬 그 전의 진실이 있으며, 미래의 진실 또한 있을 수 있죠.

그렇지만 진실이란 건 아무데도 있지 않습니다.

씨렐리 그럼 진실이란 것도 유령이로군.

일동 깔깔 웃는다. 급사장 등장

급사장 후룰라 부인께서 의원님을 뵙겠다고 찾아 오셨는데요.

아멜리아 후룰라 부인이?

모두 후룰라 부인?

씨렐리 그 폰자의 장모 아닙니까?

아가치 의원 하여튼 들어오시도록 하게.

급사장 알겠습니다.

급사장 퇴장

디나 그 부인이 무엇 때문에 왔을까요?

아가치 의원 글쎄, 하여튼 만나 보면 알겠지.

치니 부인 미친 사람이라니까 알 수 없죠. 무슨 말을 할지.

씨렐리 부인 오, 오늘 여기에 오기가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후룰라 부인 등장

아멜리아 후룰라 부인, 어서 들어오세요.

후룰라 부인 갑자기 찾아 뵈어 정말 실례합니다. 저 때문에 모임에 방해라도 되지 않았는지요?

아가치 의원 반갑습니다. 부인, 아사치라고 합니다.

아멜리아 천만예요. 우리 모두 부인을 뵙고 싶었답니다. 오히려 이렇게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남편을 소개하겠습니다.

후룰라 부인 의원님이시죠? 진작 찾아뵈었어야 했을 것을…

아멜리아 그리고 편집장으로 계시는 씨렐리 씨, 이쪽은 씨렐리 부인, 그리고 치니 부인,

여기 라우디시는 제 동생이랍니다. 여긴 제 딸 디나 구요. 이리 앉으세요.

후룰라 부인 감사합니다. 제가 이렇게 당돌하게 찾아 뵌 것은 제 사위에 관한 나쁜 소문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사위를 대신해서 말하자면 공개적인 해명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죠.

아가치 의원 아, 그 점이라면 부인, 조금도 염려할 것 없습니다.

치니 부인 네, 저희들은 그럴 수도 있으리라고 충분히 이해하고 있답니다.

아멜리아 후룰라 부인, 저희들은 폰자 씨에 대해서 아무런 오해도 갖고 있지 않아요.

후룰라 부인 아, 여러분들은 모두 친절하시군요.

이 늙은 것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디나 아니에요, 후룰라 부인. 정말 저희는 폰자 씨를 좋은 분이라고 믿고 있답니다.

후룰라 부인 네, 알겠어요, 알겠습니다. 사실 제 사위는 소문과는 달리 이를 데 없이 좋은 사람이랍니다.

지금도 이 늙은 것을 끝까지 보살펴 주고 있으니까요.

사위가 정신 이상에 걸리지만 않았더라면 정말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죠.

씨렐리 부인 정신 이상이라고요?

모두 폰자 씨가 말씀입니까?

후룰라 부인 사실이랍니다. 이런 일만 없었더라면 제가 그런 얘기까지 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그렇지만 이 늙은 것 때문에 제 사위가 누명을 쓰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요.

아가치 의원 저, 후룰라 부인. 사위를 변호하려는 부인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씨렐리 부인께서는 책임 있는 발언을 해 주셔야 합니다.

후룰라 부인 물론 여러분께서 제 말을 믿지 않으시리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건 사실이에요.

저희는 1년 전에 참혹한 변을 당했답니다.

치니 부인 그 지진 이야기는 우리도 들어서 잘 알고 있답니다.

후룰라 부인 그 지진 때문에 일가 친척은 물론 아는 사람은 거의 다 죽었으니까요.

제 딸아이도 구사 일생으로 구사 일생으로 살아났죠. 처음엔 꼭 죽은 줄로만 알았어요.

사위도 그렇게 믿고 있었어요. 제 사위는 그 때 극심한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딸애가 살아서 나타났는데도 자기 아내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가 되고 말았죠.

자기 아내는 지진으로 죽었다고 한사코 우기는 거예요.

제 딸과 제가 겪은 심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아멜리아 그럼, 지금 폰자 씨의 부인은 누구 인가요?

후룰라 부인 제 딸이지요. 제 사위의 정신을 돌이키려고 갖은 애를 썼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반 년 뒤에 제 딸애를 다른 여자인 것처럼 꾸며서 다시 결혼을 시켜야 했지요.

제 사위는 아직도 제 딸을 다른 여자인 걸로 생각하고 있답니다.

씨렐리 부인 원, 저럴 수가…

치니 부인 어쩐지 그 폰자라는 사람이 약간 얼이 빠져 있는 것 같더라니.

디나 오, 그렇지만 그건 너무나 무서운 일이에요.

아멜리아 여보, 그게 정말일까요?

아가치 의원 그러나 그 폰자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이던데요.

후룰라 부인 물론이에요. 그것만 빼고 나면 그 사람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아요.

사위는 오히려 제가 정신 이상이라고 믿고 있을 정도니까요.

제가 딸애와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이해가 간답니다.

우리는 지금과 같은 생활에 익숙해져 있어요. 우리는 지금 이대로 행복하답니다.

제 얘기를 믿어 주세요. 제 사위는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모두 그 사람 덕인 걸요. 이거 늙은 사람이 와서 주책만 떤 것 같군요.

이제 일어나겠습니다. 아니, 제발 그대로들 계십시오.

여러분은 정말 너무 친절하십니다. 그럼 안녕히들 계십시오.

후룰라 부인 퇴장

라우디시, 관객을 행해 말한다.

라우디시 여러분 보셨죠? 이제 이 마을은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폰자가 미쳤느냐, 아니면 후룰라 부인이 미쳤느냐 이 두 가지를 놓고 마을 사람들은

치열한 격론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 쪽이 옳다는 결정적인 해답이 나오지 않자

사태는 거의 절망적인 혼란을 가져오게 되었고, 이 마을의 행정은 마비 상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이 마을의 시장님까지 나서게 되었습니다.

문밖에서 왁자지껄하는 소리와 함께 시장을 필두로 해서

아가치 의원, 씨렐리, 아멜리아, 디나, 씨렐리 부인, 치니 부인이 등장한다.

제각기 '분명히 후룰라 부인예요!', '아닙니다. 폰자가 틀림없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증거를 대 보세요. 증거를!…' 소리를 지른다.

시장 아, 여러분. 제발 조용히 하십시오.

이 마을의 시장으로서 본인의 명예를 걸고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엄숙히 약속합니다.

일동 박수, 함성.

시장 에… 문제는 후룰라 부인이냐, 아니면 폰자냐 둘 중의 하나를 가려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만일 후룰라 부인이 미쳤다면 폰자는 미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폰자가 미쳤다면 후룰라 부인은 정상인 것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모두 네, 맞아요. 옳습니다.

시장 그러나 두 사람이 다 미쳤거나 혹은 정반대로 두 사람이 다 정상이라는 경우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모두 네, 그렇습니다.

시장 그러니까 두 사람 중의 하나는 반드시 미친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것은 다시 말해서 나머지 한 사람은 정상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본인의 생각은 틀림없이…

치니 부인 폰자예요!

씨렐리 부인 아니에요. 후룰라 부인임에 틀림없어요.

아멜리아 아니에요. 폰자 일거예요.

디나 전 후룰라 부인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해요.

씨렐리 맞아요. 그건 후룰라 부인이에요.

치니 부인 그건 폰자예요! 폰자가 맞아요!

아가치 의원 그러니까 폰자가 정상이란 말씀 인가요?

치니 부인 아니죠. 그 사람이 미친 거란 말예요.

씨렐리 부인 미친 건 폰자가 아니고 후룰라 부인예요.

아멜리아 후룰라 부인이 아니라 폰자예요.

디나 아니에요. 폰자 말이 맞아요.

아가치 의원 폰자가 미쳤다는 거냐?

디나 아니죠, 미친 건 후룰라 부인이란 말예요.

씨렐리 부인 그러니까 폰자가 미치지 않았다는 말이지?

아멜리아 아니죠. 미치지 않은 쪽은 후룰라 부인이에요.

치니 부인 폰자예요!

씨렐리 이러다간 우리들마저 미쳐 버리겠군.

시장 아, 여러분. 제발 조용히 하십시오.

라우디시, 껄껄 웃는다.

디나 오, 어쩌면 아저씨는 그렇게 무관심할 수가 있어요.

라우디시 아, 나는 무관심한 것이 아니란다.

다만 여러분들께서 전혀 무익한 토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뿐이지.

아가치 의원 우리가 무익한 토론을 한다고?

시장 그러면 라우디시, 자네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라우디시 그야 물론이죠.

아멜리아 얘, 정말이냐?

시장 그 대답을 좀 해 줄 수 있겠나?

아가치 의원 그래, 어느 쪽인가?

라우디시 전, 어느 한 쪽이 옳다거나 어느 한 쪽이 미쳤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양쪽의 주장이 모두 옳다고 생각합니다.

씨렐리 그럼 자넨 두 사람이 다 미쳤다는 얘긴가?

라우디시 아닐세. 두 사람이 다 미쳤을 수도 있고, 또 두 사람이 다 정상일 수도 있는 거지.

씨렐리 부인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군요.

시장 에, 설명을 해줄 수 있겠나?

라우디시 사람은 어차피 자기가 바라보는 대로 세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즉 절대적인 영구 불변의 진리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령 여기 빨간 색이 있다면 색맹인 사람에게는 파란색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원래는 빨간 색이었다는 사실이 그 색맹인 사람에게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는 거죠.

빨갛게 보이는 사람에게 그것은 빨간 색이고, 파랗게 보이는 사람에겐 그것은 파란색이죠.

마찬가지로 후룰라 부인에게는 폰자가 미친 사람이고 폰자에겐 후룰라 부인이 미친 사람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대로죠.

시장 철학이군. 그렇지만 우리는 지금 철학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닐세.

우리는 객관적인 증거를 필요로 하고 있단 말일세.

씨렐리 옳습니다. 그리고 우린 색맹이 아니니까요.

치니 부인 그렇지만 그 색맹에 관한 얘기는 재미있는데요.

급사장 등장

급사장 센투리 경찰 국장께서 시장님을 뵙겠다고 오셨는데요.

아가치 의원 센투리 국장이?

시장 아, 들어오시도록 하게.(급사장 퇴장) 드디어 이 사태의 진상을 알 수 있게 되었군.

사실은 경찰 국장으로 하여금 폰자가 전에 살던 마을을 방문토록 했지.

틀림없이 어떤 증거를 포착했을 거야.

모두 오!

센투리 등장

아가치 의원 어서 오게, 국장.

센투리 국장 시장님, 지금 막 그 마을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시장 그래, 성과가 있었소.

센투리 국장 네, 몇 가지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모두 사실요?

센투리 국장 우선 그 마을의 생존자 세 사람을 모두 만날 수 있었습니다.

모두 생존자라고요?

시장 그래, 그 사람들에게서 무얼 알아냈나?

센투리 국장 그 사람들은 모두 노인들이라서 기억이 흐릿했습니다.

아무도 후룰라 부인이나 폰자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시장 아무 것도…

아가치 의원 아니, 그럼 헛수고를 했다는 말인가?

센투리 국장 아닙니다. 그 다음엔 관청들을 모두 조사했습니다.

모두 관청들을!

시장 그래 관청에서 무슨 사망 증명서나 결혼 증명서 같은 증거 서류를 찾아냈나?

센투리 국장 그런데 지진이 일어날 때 관청 건물들이 모두 파괴되고 불에 타 버려서

남아 있는 서류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시장 아무 것도!

모두, 실망의 탄성

센투리 국장 네, 그 다음은 아무 것도 없는 폐허였습니다.

아가치 의원 결국 헛수고를 했단 얘기로군.

시장 난 자네가 확실한 증거를 포착해오리라고 기대했었는데…

센투리 국장 그렇지만 한가지는 확실합니다.

모두 한가지?

시장 그래, 그 한가지는 무엇인가?

센투리 국장 이 사건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아무데도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시장 오, 자네같이 유능한 부하 직원을 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네.

센투리 국장 감사합니다.

씨렐리 증인도 없고 서류도 없다면 결국 알아낼 방도가 없다는 얘기 아닙니까?

치니 부인 오, 이젠 절망이로군요.

씨렐리 부인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디나 솔로몬 왕과 같은 지혜가 있다면 몰라도.

아가치 의원 후룰라 부인과 폰자를 데려다 줄다리기라도 시켜 보자는 얘기냐?

씨렐리 흥, 그야 힘센 폰자가 이길 것이 뻔하지.

아멜리아 그렇지만 솔로몬 왕은 지는 편이 옳다고 했잖아요.

라우디시 솔로몬 왕의 경우와는 다르죠.

솔로몬 왕은 문제의 어린애가 말 못하는 갓난애였기 때문에 그런 꾀를 생각해 낸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경우는 달라요.

시장 도대체 지금 솔로몬 왕과 우리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라우디시 폰자의 부인 말입니다. 그 여자는 말을 할 줄 아는 어른이 아닙니까.

아멜리아 그렇지!

씨렐리 부인 치니 부인 (동시에) "네 맞아요." "우리가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아가치 의원 그러니까 처남 얘기는 그 부인을 불러다가 물어 보자는 얘긴가?

디나 오, 아저씨는 정말 솔로몬 왕만큼 현명하세요.

씨렐리 부인 그 부인이 진실을 얘기만 해 준다면야.

시장 아, 그 점은 염려 없어. 이 마을의 시장 앞에서 감히 거짓말을 할 수는 없겠지.

라우디시, 정말 훌륭한 생각이야. 실은 나도 방금 그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일세.

센투리, 지금 곧 가서 부인을 이리로 불러오게.

센투리 국장 후룰라 부인 말씀입니까?

시장 아니, 폰자 부인 말일세!

센투리 국장 아, 네 폰자 부인요? 당장 체포해 오겠습니다.

시장 여보게, 센투리!

센투리 국장 네.

시장 자네보고 그 부인을 체포해 오라는 게 아니야. 정중하게 모셔 오게.

센투리 국장 알겠습니다.

나가려 할 때 들어오는 급사장과 부딪힌다.

급사장 죄송합니다. 저, 폰자 부인께서 찾아오셨는데요.

모두 폰자 부인이요?

급사장 시장님이 여기 계시다 했더니 잠깐 뵙고 싶다고 하십니다.

시장 나를?

아가치 의원 어서 들어오시도록 하게.

씨렐리 그 부인이 왜 왔을까?

시장 그야 곧 알 수 있는 일이 아니겠나.

치니 부인 오, 드디어 진실이 밝혀지겠군요.

라우디시 또 하나의 진실이죠.

폰자 부인 등장

폰자 부인 저, 실례합니다.

아가치 의원 폰자 부인이시죠? 어서 들어오십시오. 이리 앉으시죠.

폰자 부인 아니, 괜찮습니다. 곧 가야 하니까요.

제가 이렇게 찾아 뵌 것은 다름이 아니라 시장님과 마을 어른들께 작별 인사를 드리기 해서입니다.

모두 작별이라고요?

시장 부인, 본인이 마을의 시장입니다.

폰자 부인 처음 뵙겠습니다.

시장 그런데 갑자기 마을을 떠나 신다니 무슨 일인 가요?

폰자 부인 저희들은 1년 전에 엄청난 불행을 당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과거의 불행을 잊고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그런데 이 마을에 온 뒤로부터 지난날의 상처가 되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도저히 이 마을에 더 있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모두 좋은 분들이시고 저희들에게 분에 넘치는 친절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그렇지만 이 마을에 남아 있으면 저희 가정은 파멸을 면치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옷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제 남편은 장모를 모시고 먼저 떠났습니다.

여러분 앞에 나타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죠.

그래서 제가 대신 작별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여러분, 부디 안녕히 계십시오.

나가려 한다.

아가치 의원 저, 부인. 사정이 그렇다면 섭섭하지만 저희들로서는 말릴 수는 없겠군요.

그렇지만 떠나기 전에 저희들의 궁금증을 풀어 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폰자 부인 제게서 무엇을 원하시는지요?

시장 부인, 우리는 진실을 듣기를 원합니다.

폰자 부인 진실이라뇨?

시장 부인과 후룰라 부인과의 관계와 폰자 씨와의 관계에 대한 것 말입니다.

폰자 부인 그것이라면 간단해요. 말씀드리죠. 전… 후룰라 부인의 친딸입니다.

모두 (안도) 아!

폰자 부인 그리고 폰자 씨의 두 번째 아내예요.

모두 (경악) 뭐라구요?

폰자 부인 그리고 저 자신은 아무도 아니에요.

시장 아닙니다. 그건 있을 수가 없습니다. 부인은 이쪽이거나 저쪽이어야 합니다.

폰자 부인 저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대로의 여자일 뿐예요. 뜻대로 생각하세요.

퇴장, 일동 침묵.

라우디시 자, 이제 여러분도 비로소 진실을 아셨습니까?

폰자가 미쳤을까요? 그럼 후룰라 부인도 미쳤을까요? 아님 폰자 부인까지도 미쳤을까요?

진실은 그 누구도 모릅니다.

아마 모든 사람들은 스스로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만을 믿으면서 살아가는지 모릅니다.

자신의 진실이 얼마나 좁은 진실이며, 나만의 진실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