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인간을 위한 모노로그

- 여학생용

1. 김수현 작, 「겨울 새」중에서, 부인

일하는 사람은 두 달이 지났는데도 정말 못 구한 거예요? 비어 있는 방까지 그렇게 꼭 청소를 해야 하는 거예요? 운전 기사와 함께 식탁에 앉아 밥 먹는 일, 그거 하나도 해결해 줄 수 없나요, 정말? 바께스 하나 가득 밥을 먹고 바께스 하나 가득 똥을 누어 놓는 셰파트를 두 마리나 꼭 키워야 하나요? 당신이 좀 일찍 일어나 데리고 나가 산책이라도 하면서 하다못해 똥이라도 밖에서 처리해 줄 수는 없나요? 당신은, 도대체 남편이란 사람이 어쩌면 그렇게도 무성의할 수가 있어요. 시집온 사람이 물방울도 안 튕기고 앉아 놀고먹겠다는 소리가 아녜요. 이건 너무하잖아요. 내 체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노동량이에요. 당신 눈에는 어머님만 보이고 난 안 보이세요? 난 무얼 하자고 이 집에 들어온 건 가요? 남편이라는 사람은 밤 열 시, 열한 시까지 시어머니 차지고 자고 일어나면 출근, 퇴근하면 곧장 어머니 옆으로 가고, 당신한테 난 뭔가요? 가정부 대신 들어온 여잔가요? 당신이 어머님한테 말씀 좀 드리세요. 일을 줄여 주시든지 아니면 사람을 하나 두어 달라구요. 안 그러면 사람 하나 죽겠어요. 당신 눈에는 내 얼굴이 안보이세요? 뼈, 가죽만 남은 내 얼굴이 안보이냔 말이에요!

2. 김원우 작, 「세 자매 이야기」중에서 명혜

너 남자한테 뺨 맞은 적 있니? 나 아까, 점심 시간 전에 그런 일이 있었어. 아직도 뺨이 화끈거리는 것 같애. 나는 그냥 맞고만 있었지. 네 까짓께 뭐 별 수 있니. 내가 힘이 있니, 뭐가 있니. 그 쪽도 그러더라 네 까짓게 뭔데 그렇게 도도하게 구냐고. 뺨 한 대쯤은 때릴 이유가 충분하다니까 그런가 보다 해야지. 사실 그럴지도 모르고. 당당하게 때리고 당당하게 맞았어. 남의 속을 어떻게 자기 속마음처럼 속속들이 읽고 앉았니. 제 진심을 몰라줬다 이거야. 흥, 내가 자기들처럼 그렇게 한가한 사람인 줄 아는 모양이지? 남자들은 왜 그렇게 하나같이 독선적이고 아전인수격이고, 저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들이지? 애초부터 독재자가 될 소질을 타고났나 봐. 어제, 오늘 그렇게 느껴온 것도 아니지만 말야. 흥!

3. 테네시 윌리암스, 「여름과 연기」중, 알마

날 위로할 필요는 없어요. 일대일로 얘기하러 왔으니까요.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서요? 좋아요. 그러죠. 털끝만치도 부끄러움 없이 진실을 얘기하죠.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은 이젠 누구나 다 아는 얘기죠. 숨길 필요가 뭐 있겠어요. 비밀로 여겼던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어렸을 때 당신 친구들이 당신과 놀자고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 나는 얼른 창문으로 뛰어가서 마당을 가로질러 가는 당신을 쳐다보곤 했어요. 멀리 당신의 빨간 스웨터가 뛰어가는 것을 보기 위해 골목 끝에 서 있기도 했구요.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이 사랑의 열병은 시작됐던 거죠. 그 때부터 당신은 날 사로잡았고 그 병도 계속 악화돼 왔던 거예요. 내 일생의 하루하루를 난 당신의 옆집에서 살았어요. 당신의 그 위력, 당신 자체를 숭배하면서 나약하고 분열되어 버린 인간으로서 당신 바로 옆집에서…… 그래요, 이게 제 속 얘기예요. 이제 당신의 얘기를 들려주세요. 왜 당신과 나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죠? 나는 왜 실패해야만 했나요? 당신은 왜 거의 내게 다가왔다가 왜 끝내는 가까이 오지 않았죠?

4. 비비카 린포즈, 「나는 여자」중, 후랜

난 보이는 대로 여자예요, 여자. 내게 어떻게 느껴라, 어떻게 행동해라 하지 마세요. 그럼 나도 그런 요구를 당신께 하지 않을게요. 가정도, 추측도 하지 마시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느낌을 진부한 미사여구로 대신하지 마세요. 난 여자, 당신은 남자, 늘 알던 사실이에요. 날 사랑하시거든 그냥 그렇다고 얘기를 해주세요. 날 마치 적인 것처럼 대하지 마시고, 나는 당신 편이에요. 항상 그래 왔어요. 우리는 견뎌 왔어요. 어쩜 우리는 이 세상에 무언가를 해 보일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5. 닐 싸이먼, 「별을 수놓는 여자」중, 쏘피

코넬 씨, 전 좋은 이웃이 되려고 노력했어요. 댁한테 될 수 있으면 친절하려고 했고, 사이좋게 지내려고 했어요. 그런데 대체 제게 원하시는 것이 뭐죠? 제가 이사를 오던 날, 제 짐을 날라주신 것은 고맙게 생각해요. 비록 트렁크를 5층에서 떨어뜨려 트렁크가 1층까지 구르면서 옷가지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기는 했지만, 뭐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니까 괜찮았어요. 복도 벽에다 제게 하고 싶은 말을 쭈욱 써놓으신 것도 좋아요. 좀 미친 짓이긴 하지만, 귀엽게 봐 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분수는 지키셔야죠. 정도를 지나치면 돼요? 난 잘 모르는 사람한테, 그것도 남자한테서는 선물 같은 것은 안 받아요. 더구나 이런 깡통 통조림은! 메모 쪽지들, 나는 이태리 말은 모르지만 대강 무슨 뜻인지는 짐작하겠어요. 제발 그만하세요, 이젠! 그리고 코넬 씨, 제 편지함 속에다 아몬드 초콜릿 좀 넣어 놓지 마세요. 전 그 초콜릿 없이도 살 수 있어요. 어제는 그 놈의 초콜릿이 녹아서 제게 온 편지에 묻었잖아요. 세 통에나! 아몬드가 들러붙어서 어디 편지를 읽을 수가 있었어야죠! 자, 봐요, 저기! 또 있어요. 제 고양이 꼬리에다 향수병, 리본 같은 것들 좀 그만 다세요. 그런 것 없이도 얼마든지 설 수 있거든요. 불쌍한 우리 고양이가 꼬리에 달린 향수병을 흔들다가 머리에 맞아 죽을 뻔했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고성능 망원경으로 아침마다 제가 버스 타는 것 좀 제발 지켜보지 마세요. 거기 신경 쓰다 버스를 잘못 탄 적이 한두 번이 아녜요. 간단히 말하겠어요. 코넬 씨, 제발…… 꺼져!

6. 헨리 입센 작, 「인형의 집」중에서, 노라

당신이 제 일생을 건 남자라니, 믿을 수가 없군요. 당신은 생각하는 거나 말하는 게 그 때 그 사람이 아녜요. 당신은 공포가 사라지고 이 모든 일이 지나가니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여기시는 것 같은데 당신의 두려움 때문에 내가 겁에 질린 건 아녜요. 당신에게 일어난 일들 때문에 난 겁에 질렸던 건데 당신은 두려움이 사라지자마자 모든 걸 괜찮다고 느꼈던 모양이죠? 전과 똑같이 나는 당신의 종달새, 인형이죠. 깨지기 쉽고 부서지기 쉽다고 당신은 날 더욱더 부드럽게 다룰 거예요. 이런 생각이 날 스쳐 지나갈 때였어요. 난 지난 8년 동안 전혀 모르는 사람과 살았고 그 날 수 없는 인간의 아이를 셋이나 낳았다는 사실이 떠올랐어요. 견딜 수가 없더군요. 나 자신을 갈기갈기 찢고 싶었어요. 아내가 지금 내가 하듯이, 남편의 집을 버리고 떠날 때는 그 남편은 그 아내에 대해서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고 들었어요. 어쨌든 지금 난 당신을 책임과 의무로부터 해방시켜 드리겠어요. 나도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을 테니 당신도 내게 털끝만치도 묶여 있다는 생각을 할 필요는 없어요. 완전한 자유가 서로에게 보장되는 것이 좋겠죠? (끼고 있던 반지를 빼주며) 자, 여기 당신이 내게 준 반지예요. 제 것도 돌려주세요.

자유로운 인간을 위한 모노로그

- 남학생용

1. 나해철 작,「그리운 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걸

오랜 시간이 흘러가 버렸어도

그리움은 가슴 깊이 맺혀

금강석이 되었다고 말할 걸

이토록 외롭고 덧없이

홀로 선 벼랑 위에서 흔들릴 둘 알았더라면

세상의 덤불가시에 살갗을 찔리면서도

내 잊지 못한다는 한마디 들려줄 걸

혹여 되돌아오는 등뒤로

차고 스산한 바람이 떠밀려

가슴을 후비었을지라도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사람이

꽃같이 남아 있다고 고백할 걸

고운 사람에게

그리운 사람에게

2. 이외수 작,「가을 부근」중에서, 남자

이혼도 해주고 회사도 때려치웠습니다. 자유로워지고 나니까 비로소 다시 그림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세상은 일차원적인 인간들의 세상입니다. 그림을 먹을 수 없다. 고로 그림은 무가치하다. 돈으로는 먹을 것을 살 수 있다. 고로 돈은 가치가 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이런 식입니다. 먹고사는 일 하나에 연연해서 몇 푼 안되는 돈에다 모가지를 걸어 놓고 평생 남의 사업만 거들다가 자기 일은 하나도 못해 놓고 죽은 사람들을 보면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들개들을 그리기 시작했죠. 그 들개들은 한마디로 나와 흡사하거든요. 누구에게도 사육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점이 말입니다. 외로운 방황, 맑은 배고픔과 적당한 야성, 모두 나와 흡사합니다. 이제부터 나는 사무원이 아니라 예술가인 겁니다. 돈과 가계와 제도 속에서 탈출해서 나는 영원불멸한 작품을 만들 수가 있는 것입니다. 얼마나 대단한 일입니까. 나는 앞으로 이 화살에서 배고픔을 견디며 저 비인간적인 문명의 도시와는 완전히 절연을 하고 대형 캔버스 위에다 아흔 아홉 마리 의 들개를 그려 넣을 작정입니다. 난 아흔 아홉 번 까무러쳤다가 다시 살아날 겁니다. 아흔 아홉 번 나는 나 자신과의 일체감을 느껴 보는 겁니다. 평생 남의 일이나 거들면서 단 한번도 자기와의 일체감을 느끼지 못하고 살다가 죽은 사람들이 허다하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내가 계속하고 있는 그 작품 하나 만을 남겨 놓고 죽는다 하더라도 내 삶은 그리 억울한 것이 아니죠.

3. 김상수 작,「택시 택시」중에서, 운전수

네가 내 차에 뛰어들은 건 내 새끼들, 내 마누라, 나를 죽이겠다는 얘기야. 너, 내가 얼마를 벌어야 먹고사는지 알기나 해? 오늘도 삼만삼천백오십 원 사납금도 못 벌었어. 하필이면 너는 왜 나 같은 놈을 골랐냐, 응? 이건 영업용 회사택시야. 좋은 차 얼마든지 있잖아. 벤츠, 캐딜락 심지어 그랜져라도 나보다는 낫다. 넌 교회도 안 나가니? 나 같은 놈이 널 치어 죽이고 꼭 쇠고랑을 차게 만들어야겠어. 난 어제도 무릎꿇고 빌었다. 오늘도 좀 무사히 지내게 해달라구, 우리 마누라가 아프다고 인상을 쓰면서 누워 있어도 약값 한번 못 주는 내가 무사히 지내게 해달라구 헌금 내는 사람이야. 너 같은 놈들 피해 다니게 해달라구 말이야. 야, 헌금 덕 봤다. 내 어제 헌금 내길 잘 했지.

4. 아서 밀러 작,「세일즈맨의 죽음 중에서」중에서, 비프

어느 정신 나간 놈이 제 목을 스스로 매겠어요! 전 오늘 만년필을 손에 쥐고 11층이나 되는 계단을 뛰어 내려왔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멈춰 섰어요. 듣고 계세요? 그 오피스 빌딩의 중간쯤이었을 겁니다. 지금 제 말을 듣고 계신 건 가요? 전 거기 서서 하늘을 봤죠. 전 거기서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을 봤습니다. 일, 먹을 것, 그리고 앉아서 쉬면서 담배 한 모금을 필 수 있는 시간을. 전 만년필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물어 봤죠. 대체 무엇 때문에 내가 이걸 훔쳤을까? 난 왜 마음에도 없는 존재가 되려고 애를 쓰지? 내가 바라는 것은 나를 바보처럼 만들기만 하는 경멸스러운 저 사무실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라고 말만 하면 언제라도 날을 기다려줄 저 넣은 들판에 있다고! 저는 왜 그렇게 말을 못할까요? 아버지? 아버지! 전 한 타스에 십센트짜리 싸구려 인간이 아녜요. 아버지도 그렇잖아요. 아버지는 다른 외판원들처럼 뼈빠지게 일만 하고 결국 쓰레기통에 처박히고 마는 그런 외판원 이상의 그 무엇도 아니란 말입니다. 저는 한 시간에 일 달러! 그게 전부였단 말입니다. 아시겠어요? 더는 집에 가져 올 게 없어요. 아버지도 제가 집에 뭘 더 가져오라고는 바라지 마세요. 전 쓰레기 같은 인간입니다! 아무 것도 없다구요! 이해하시겠어요? 이젠 원망 같은 것도 없습니다. 전 그저 저일 뿐이라구요.

5. 윌리엄 셰익스피어,「햄릿」중에서, 햄릿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어느 쪽이 더 사나이다울까? 가혹한 운명의 화살을 받아도 참고 있어야만 하는가? 그렇지 않으면 밀려드는 재앙을 힘으로 막아, 싸워 물리칠 것인가? 죽어, 잠들다. 그것뿐이겠지. 잠이 들어 만사가 끝나 가슴 쓰린 온갖 심뇌와, 육체가 받는 모든 고통이 사라진다면, 그건 정말 바라는 생의 극치가 아닌가! 죽어 잠을 잔다. 잠이 들면 꿈을 꿀 테지? 이승의 번뇌를 벗어나서 영혼의 잠이 들었을 때, 그 때 어떤 꿈을 꿀 것인지, 이게 또 망설임을 주니…… 그러기에 이 고해 같은 인생에 집착이 남는 법, 그렇지 않다면 그 누가 이 세상의 사나운 째칙을 견디며, 폭군의 횡포와 세도가의 멸시, 버림받은 사랑의 고통스러움, 재판의 지연, 관리들의 오만, 유덕한 사람에게 가하는 저 소인배들의 불손,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참고 지낼 것인가? 한 자루의 단검이면 쉽게 끝낼 수 있는 일, 그 누가 이 인생의 지루한 길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진땀을 뺄 것인가? 다만 한 가지 죽은 뒤의 불안이 있으니 이것이 문제로다. 나그네 한 번 가서 돌아오지 못하는 저 미지의 세계가 결심을 망설이게 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 그러니 알지도 못하는 저승으로 날아가느니 차라리 지금 받고 있는 재앙이 낫다고 여기는 것도 당연하지. 이런 걱정들 때문에 우린 더 겁쟁이가 되고, 결의의 저 생생한 혈색도 파리한 병색이 그늘져, 충천하던 의기도 이내 꺽여 마침내는 실행의 힘마저 잃고 마는 것이 고작 아닌가.

연기란 작품을 통하여 작가가 꾸며 놓은 상황을 실제와 같이 표현, 전달하는 것이다. 현실이 아닌,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현실이라고 관객에게 믿을 수 있게 하는 기술인 것이다. 그리고 그 도구는 오로지 자기 자신뿐이다. 모든 예술은 현실과 관련되는 듯이 보이지만 그저 현실에 대해서 어떤 정해진 표현만 해줄 뿐 현실을 사용해서 그 자체를 재료로 쓰는 예술은 연기밖에는 없다. 이렇게 볼 때 배우라는 직업, 연기자라는 직업은 괴물이나 선택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어느 누구도 자신을 드러내어 남에게 들키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기 훈련을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다. 서로를 믿는 마음이 필요하다. 감정적 장애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운 인간으로서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