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둣 방   아 저 씨  

<나오는 사람> 구둣방 주인, 구둣방 주인의 부인, 마을 대표, 위원장, 마을사람1, 2, 두부 공장 주인

마을 사람 1 : 아이구, 저렇게 구부정한 허리하며 힘이 쭉 빠진 모습이라니, 쯧쯧쯧…….

마을 사람 2 : (왼쪽을 보며) 누구 말이요?

마을 사람 1 : 아……. 구둣방 바보로구먼.

마을 사람 2 : 가게 안에서 구두를 고치는 모습은 어떻구요?

두부공장 주인 : (쭈그리고 구두 짓는 흉내를 내며) 쭈그리고 앉은 꼴이 천상 바보 아닙니까?

마을 사람 1, 2 : 하하하. 그래요, 그래.

이 때 구둣방 주인 나타나 가까이 와서 인사를 한다. 부인 뒤따라와서 말없이 고개 숙여 인사한다.

구둣방 주인 : 안녕하십니까?

마을 사람들 건성으로 인사하는데 마을 대표가 나타난다.

대 표: 자! 모두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우리 달래 마을의 큰 잔칫날 마을에서 가장 훌륭한 일을 한 사람을 투표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마을 사람들 웅성웅성거린다.

대 표 : 결과를 위원장님께서 발표하겠습니다.

위원장 : 이번에는 구역별 대표 열 분이 모여서 개표를 했습니다. 개표 결과는 맛나 빵집 아저씨 24표, 맵시 양복점 아저씨 98표.

마을 사람1, 2 : 와……. (박수를 친다.)

위원장 : 방글방글 꽃집 아주머니 42표, 개미 구둣방 아저씨 1표.

마을 사람들 웅성거리며 소근댄다.

마을 사람 1 : 아니, 구둣방 주인 표가 나오다니?

마을 사람 2 : 누가 그런 사람에게 투표를 했을까요?

마을 사람 1 : 아마 정신 없는 사람이 실수를 했나봐요.

마을 사람 2 : 그런가보군요. 하하하.

위원장 : 에, 그래서 올해는 양복점 아저씨가 가장 훌륭한 일을 한 사람으로 뽑혔습니다.

마을 사람들 박수를 친다.

두부 공장 주인 : 아무렴, 누구 덕분에 우리 마을 사람들이 멋쟁이가 되었는데요?

마을 사람 1 : 양복점 주인 솜씨는 역시 최고지요.

마을 사람 2 : 나도 내년에는 꼭 뽑혀서 꽃마차도 타고…….

마을 사람 1 : 축하 인사를 받아 보았으면 원이 없겠지요?

두부공장 주인 : 걱정 마쇼. 구둣방 바보도 한 표 얻었는데. 우리는 적어도 열 표 이상은 나올꺼요.

마을 사람 1, 2 : 그래요, 그래.

대 표 : 자, 여러분. 저쪽에 잔칫상을 차려 놓았으니 모두들 오늘 하루를 즐겨 주시기 바랍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 오른쪽으로 퇴장. 구둣방 주인은 부인과 함께 빠져 나온다.

부 인 : 사람들이 당신을 바보 취급하는군요.

구둣방 주인 : 난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일하면서 발이 편하고 튼튼한 구두를 만들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부 인 : 나도 당신이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이 자랑스러운데…….

구둣방 주인 : 이럴 줄 알았으면 쓰지 말걸…….

부 인 : 그럼, 당신이 표에 이름을 써 넣었어요?

구둣방 주인 : 그래요. 하지만 사람들이 이렇게 놀릴 줄은 몰랐소. 그나저나 이거 큰일났군. (이리저리 무언가를 찾으며) 이를 어쩌지?

부 인 : 무슨 일이죠?

구둣방 주인 : 두부 공장 아저씨의 발을 잰 칫수표가 아무리 찾아도 없군. 어디 갔을까?

부 인 : 다시 재면 되는 일인데 무슨 걱정이세요.

구둣방 주인 : 마을에 나가면 또 놀리지 않을까?

부 인 : 일 때문이니까 당당히 나가 보세요.

구둣방 주인 : (힘이 빠진 모습으로) 다녀 오리다.

부인이 함께 따라 나가면, 구둣방 주인이 다시 등장하고 두부 공장 주인도 등장한다. 두부 공장이다.

두부공장 주인 : 뭐요? 내 귀한 발을 얼간이 짓을 하는 당신에게 두 번씩이나 맡기라고?

구둣방 주인 : 그럼, 어떻게…….

두부공장 주인 : 구두값을 깎아 준다면 혹시 몰라도…….

구둣방 주인 : 예?

두부공장 주인 : 귀가 먹었소?

구둣방 주인 : 정 그러시다면 그렇게 하지요.

두부공장 주인 : (반색을 하며) 내 발을 다시 재는 대신 구두값은 반이란 말이지요?

구둣방 주인 : 예.

두부공장 주인 : 좋소. 그럼, 자…….

구둣방 주인 발을 재고 목례 후 퇴장한다.

마을 사람 1 : 저 바보가 웬일로 마을에 나왔지요?

두부공장 주인 : 실은…….

마을 사람 2 : 하하하. 저 바보가 또 얼간이 짓을 했군요, 하하하.

며칠이 지난다.

위원장 : 요즘 개미 구둣방 사람이 통 보이지 않던데요.

대 표 : 아 글세, 얼마 전인가 소문도 없이 이사를 갔어요.

두부공장 주인 : 그거 참 잘 되었군요. 이젠 마을에 바보가 한 사람도 없게 되었으니 말이요.

마을 사람 2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대 표 : 무슨 걱정이라도 있어요?

마을 사람 2 : 우리 큰 애가 곧 직장에 나가게 되었거든요.

위원장 : 그거 잘 된 일이군요.

마을 사람 2 : 그런데…….

두부공장 주인 : 빨리 얘기 좀 해봐요.

마을 사람 2 : 큰 애의 새 구두를 지을 일이 걱정이에요

이때 마을 사람 1 달려 나오며,

마을 사람 1 : 아이고, 우리 막내딸이 곧 결혼을 할텐데 하나뿐인 구둣방이 문을 닫았으니 큰일이예요.

대 표 : 이제, 누구 우리 구두를 지어 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