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맏아들도 홍역으로 숨져…전염병에 맞섰던 조선 5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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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관리 초상화에 뚜렷한 '마마 자국'
정조 땐 홍역으로 새 무덤 37만개 생겨
국립중앙박물관 '조선, 역병에 맞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1일 개막한 테마전 '조선, 역병에 맞서다'에 공개된 '등준시무과도상첩' 속 김상옥 초상화. 얼굴에 두창 흉터인 '얽은 자국'이 뚜렷이 확인된다. [연합뉴스]
주상께서 매우 근심하며 이르기를 “일기가 고르지 않고 역기가 전염하여 재앙이 된 것은 실로 자신에게 허물이 있음이니 내가 어찌 힘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 하고 근신을 보내 향촉을 가지고 제사를 지내 죽은 자의 명복을 빌도록 했다.
1613년(광해군 5) 허준(1539~1615)이 편찬한 『신찬벽온방』의 서문에 당대 명문장가 이정구(1564~1635)가 쓴 글이다. 그는 이와 함께 “백성들이 건강하고 천수를 누릴 수 있게 하는 정치”를 예찬하며 왕의 방역 노력을 기렸다. 광해군은 그 전해 가을 함경도에서 시작한 온역(溫疫, 티푸스성 질환)이 강원도를 거쳐 서울과 전국으로 퍼지자 이에 대비하는 지침서로 『신찬벽온방』을 편찬해 배포하도록 했다. 의학과 통신이 발달한 요즘과 비교되지 않게 열악한 시절이었지만 통치자를 중심으로 역병 극복에 힘썼던 조상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300~400년 전 조선에도 전염병은 기승을 부렸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속에 휴관했다 최근 재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이 이를 돌아보는 테마전 ‘조선, 역병에 맞서다’를 마련했다. 11일 상설전시실 1층에서 개막한 전시회는 의학책, 그림, 기타 유물 등 27건을 배치해 당대의 풍속과 대책 등을 돌아보게 했다.
1613년 광해군의 명으로 허준이 편찬한 '신찬벽온방'. 1612~1623년 조선 전역을 휩쓴 온역에 대응한 일종의 지침서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1774년(영조 50) 발간된 초상화첩 『등준시무과도상첩』에 실린 김상옥 초상화의 부분 확대. 얼굴에 두창 흉터인 '얽은 자국'이 뚜렷이 확인된다. [중앙포토] 비교적 작은 규모의 전시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부 ‘조선을 습격한 역병’ 첫머리의 초상화들이다. 얼굴만 확대한 부분 사진을 보면 관모 차림 주인공들 얼굴에 ‘얽은 자국’이 역력하다. 두창(痘瘡) 즉 천연두를 앓은 흔적이다. 이들 중 유진하(1714~?), 김상옥(1727~?), 전광훈(1722~?) 등 셋은 1774년(영조 50) 발간된 초상화첩『등준시무과도상첩』에 실린 얼굴들이다. 그해 현직 관리를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시험 ‘등준시(登俊試)’에 합격한 무과 18인 중 3명이 두창 흉터를 지녔단 얘기다.
‘호환마마’로 불리며 두려움의 대상이던 두창은 이처럼 조선시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막대한 상흔을 남겼다. 두창 뿐이 아니다. 1786년(정조10)엔 홍역이 전국을 초토화시키다시피 했다. 실록에 따르면 “진휼청에서 경중과 외방에서 드러난 해골을 묻은 것과 새로 단장한 고총(古塚)의 숫자를 올렸는데, 총 37만여 곳이었다”고 할 정도다(『정조실록』21권, 정조 10년 4월 13일). 이 홍역이 궐 안까지 덮쳐 정조와 의빈 성씨 사이에서 태어난 첫 아들 문효세자가 6세에 목숨을 잃었다.
2부 ‘역병 극복에 도전하다’에선 보물 제1087호인 『신찬벽온방』 등 당대의 대응책이 소개된다. 온역의 원인으로 운기(運氣)의 변화와 함께 위로받지 못한 영혼(여귀), 청결하지 못한 환경, 청렴하지 않은 정치 등을 꼽는 데선 400여년 전 사고의 한계가 보인다. 반면 ‘환자를 상대하여 앉거나 설 때 반드시 등지도록 한다’ 등 오늘날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상시키는 전염병 방지법도 있었다. 특히 허준은 부득이하게 고가의 약물을 사용하는 처방을 할 땐 감당할만한 사족(士族)들이 나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1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한 테마전 '조선, 역병에 맞서다'에서 참석자가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밖에 3부 ‘신앙으로 치유를 빌다’에선 두창 질병 자체가 고귀한 신으로 받들어져 호구마마, 호구별성 등 무속의 신이 됐던 아이러니를 ‘석조약사불’(국립대구박물관) 등 유물을 통해 소개했다.
유새롬 학예연구사는 “조선시대 전염병은 오늘날과 비교할 수 없으리만치 참혹했지만 통치자의 반성과 함께 공동체가 고통을 분담하여 대처해야 한다는 의식이 이를 극복케 하는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시회는 다음 달 21일까지 계속된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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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관리 초상화에 뚜렷한 '마마 자국'
정조 땐 홍역으로 새 무덤 37만개 생겨
국립중앙박물관 '조선, 역병에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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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400년 전 조선에도 전염병은 기승을 부렸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속에 휴관했다 최근 재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이 이를 돌아보는 테마전 ‘조선, 역병에 맞서다’를 마련했다. 11일 상설전시실 1층에서 개막한 전시회는 의학책, 그림, 기타 유물 등 27건을 배치해 당대의 풍속과 대책 등을 돌아보게 했다.


‘호환마마’로 불리며 두려움의 대상이던 두창은 이처럼 조선시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막대한 상흔을 남겼다. 두창 뿐이 아니다. 1786년(정조10)엔 홍역이 전국을 초토화시키다시피 했다. 실록에 따르면 “진휼청에서 경중과 외방에서 드러난 해골을 묻은 것과 새로 단장한 고총(古塚)의 숫자를 올렸는데, 총 37만여 곳이었다”고 할 정도다(『정조실록』21권, 정조 10년 4월 13일). 이 홍역이 궐 안까지 덮쳐 정조와 의빈 성씨 사이에서 태어난 첫 아들 문효세자가 6세에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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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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